인터콤의 고객지원 에이전트 Fin은 대화가 아니라 결과 하나당 0.99달러를 받는다. 문의가 실제로 해결되면 청구하고, 아니면 청구하지 않는다. 브렛 테일러의 시에라(Sierra)는 한 발 더 나간다 — 에이전트가 일을 끝내지 못하고 사람에게 넘기면 그 건은 아예 돈을 받지 않는다. 조용하지만 근본적인 변화다. 소프트웨어를 세는 단위가 '자리(seat)'에서 '성과(outcome)'로 넘어가고 있다.
시트는 '접근’을 팔고, 에이전트는 '일’을 한다
지난 20년 SaaS의 기본 단위는 시트였다. 계정 하나에 얼마. 이 모델이 성립한 건 소프트웨어가 사람의 도구였기 때문이다. 도구는 쥔 사람 수만큼 값을 매기면 됐다. 그런데 에이전트는 도구가 아니라 일꾼이다. 티켓을 닫고, 환불을 걸고, 리드를 거른다. 일을 하는 것에 '자리 수’로 값을 매기는 건 어색하다.
그래서 구매자의 지갑도 옮겨간다. 소프트웨어 예산이 아니라 인건비 예산에서 꺼내기 시작한다. 사람이 하던 일을 대신한다면, 비교 기준은 라이선스 시세가 아니라 그 사람 월급이다. 파는 쪽에는 이게 훨씬 큰 시장이다.
숫자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
한 집계에 따르면 순수 시트 과금을 쓰는 SaaS 비율은 1년 새 21%에서 15%로 떨어졌고, 사용량·성과를 섞은 하이브리드는 27%에서 41%로 뛰었다. 방향은 분명하다. 한 분석은 여기서 더 큰 그림을 그린다 — 에이전트가 대체하는 인건비의 20%만 값으로 받아도 약 2,400억 달러의 신규 시장이 열리고, 이는 지금 미국 SaaS 시장의 1.7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. 시트를 파는 회사는 소프트웨어 예산을 두고 다투지만, 성과를 파는 회사는 그보다 몇 배 큰 노동 예산을 노린다.
그런데 '대화당’은 '성과당’이 아니다
여기서 대부분이 헷갈린다. 세일즈포스의 Agentforce는 대화 한 건당 2달러를 받는다. 해결됐든 아니든, 오간 대화마다 청구된다. Fin은 해결된 결과당 0.99달러다. 시에라는 사람에게 넘어가면 0원이다. 세 회사 모두 '시트가 아니다’라는 점은 같지만, 누가 실패의 비용을 지느냐는 정반대다.
대화당 과금은 실패 리스크를 고객에게 떠넘긴다. 에이전트가 헛돌아도 청구서는 나온다. 성과당 과금은 판매자가 그 리스크를 진다. 에이전트가 헛돌수록 판매자 마진이 깎이는 구조를 자기 원가로 감당할 수 있어야 비로소 그 가격을 부를 수 있다. 같은 '아웃컴 과금’이라는 말 뒤에 정반대의 손익이 숨어 있다.
성과 과금은 아무나 못 부른다
성과당 청구엔 세 가지가 전제된다. 첫째, '성과’를 서로 합의할 수 있게 정의해야 한다 — 무엇이 '해결’인지 다투기 시작하면 청구서마다 분쟁이다. 둘째, 그 성과가 진짜 일어났는지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. 셋째, 매 실행마다 드는 추론 원가를 성과 단가 안에 가둬야 한다.
이 블로그에서 앞서 짚었듯 AI 앱은 매 쿼리마다 원가를 태우고, 최강 모델을 매번 부르면 성과 단가가 원가를 밑돌 수 있다. 그래서 성과 과금은 자신감의 표현이기 이전에 인프라의 증명이다. 실제로 추론 원가가 빠르게 떨어지면 다시 단순한 시트로 회귀할 거란 반론도 있다. 아직 정답이 하나로 정해진 시장은 아니다.
그래서, 무엇을 팔 것인가
1인 사업자와 창업자에게 이건 가격표 문제가 아니라 제품 문제다. 성과로 팔고 싶다면, 그 성과를 측정하고 증명하는 장치를 제품 안에 먼저 심어야 한다. 시에라의 가격표를 흉내 내는 건 쉽지만, 사람에게 넘어간 건을 정확히 0으로 세는 계측이 없으면 그 가격은 자살이다.
반대로 그 계측을 가진 회사는 경쟁사가 시트로 3만 달러를 부를 때 "당신이 아낀 인건비의 일부만 내라"고 말할 수 있다. 파는 단위가 곧 해자다. 대화를 파는 회사와 결과를 파는 회사는, 다음 몇 년 안에 전혀 다른 손익계산서를 갖게 된다.